2013. 2. 5. 04:01 카테고리 없음

이불을 덮으면 천장에 뱀이 우글댄다. 옅은 빛을 받아 기억 사이에서 희번덕거린다. 분명 내게서 나온 것인데, 몸을 더듬어도 어딘지 알지 못한다. 어깨나 왼쪽 발, 불알은 죄가 없다.

나는 뱀을 하나 집어 노려본다. 나와 닮은 구석은 찾을 수 없다. 비늘과 가죽과 살덩이와 뼈와 함께 파아란 피를 씹는다. 뱉어낸 독이 맛나다. 삼킨다. 돌이킬 수 없음을 안다. 헛트림을 하고 다음 놈을 고른다. 무던 내 안에 쑤셔 넣는다.

꿈 속에서 나를 본다. 사지를 서걱서걱 거세해 넘긴다. 웃으며 기꺼이 병신이 된다. 몸을 웅숭그린 뱀, 나는 그렇게 뱀이 되었다. 다시 내 안에 들어간다.
Posted by 미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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